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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방인> 저자 서동주
이 책의 저자인 서동주 씨는 방송인 서세원, 서정희 씨의 딸이다.
갑자기 왜 이 책이 읽고 싶어졌는지 생각해봤다. 책의 제목인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그동안 외국 생활하면서 겪었던 내 감정들과 딱 맞다고 느껴져서 집어들지 않았나 싶다. 20대 중반에 유학 와서 영어의 장벽도 그렇고, 문화적으로도 좀처럼 스며들지 못했던 나와는 다르게 어려서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까지 마치고 변호사, 방송인, 작가 등 다방면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같은 그녀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저자는 어릴 때부터 유명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덕에 언제나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집에서는 부모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
큐뮬로님버스는 뭉실뭉실하게 수직으로 넓게 퍼진 구름으로 그 모양이 마치 산이나 높은 타워처럼 보인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나오는 아름다운 뭉게구름 같지만 사실, 번개와 강한 비를 동반하는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다. 나는 큐뮬로님버스가 꼭 나 자신 같다고 느꼈다. 겉으로는 뭉실뭉실 아무런 위협감이 없지만 속은 천둥과 번개로 무장한 어린 동양 아이 말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 미국에서 학교다닐 때, 교과서에서 우연히 발견한 큐뮬로님버스라는 단어를 보고 마치 자신의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다른 나라로 건너가 학교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곳이 없었던 저자의 위태로운 마음 상태가 상상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
'진정한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참고 인내하는 어머니'라는 생각의 프레임이 어느 순간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도 겪는 이 모든 일이 다 처음이고 그래서 서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더는 엄마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엄마를 내가 품어 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일방적으로 엄마가 희생하는 것만이 '정상적인' 딸과 엄마의 관계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는 그러한 엄마와 딸의 관계만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도 부모가 처음 되어보는 거라서 서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한 때 부모님을 원망했던 나에게도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속이 참 깊구나 하고 느꼈다. 하지만 저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린 시절 부모님께 충분한 조건 없는 애정을 받고 자랐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쉽기도 했다.
어느덧 30대가 되고, 나는 타국에서 홀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인생이 외롭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하루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매일 홀로 집으로 향한다.
외롭다고 어설프게 엇나가지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
이럴 때 인생의 고비에서 넘어져도 괜찮다며
손을 내밀어 줄 한 사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든든한 내 편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아빠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그리움이 느껴진다. 살면서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은 수두룩한데,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뷰
에세이라서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긴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라고 느꼈다. 문체도 아름답고 공감 되는 구절도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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